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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장

나는 가수다

by 세부보고 2020.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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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결혼을 하고 살다 보니 가끔 필리핀 아내가 보는 필리핀 방송들을 보게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한국에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미 많은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이제 한국 방송도 보지 않지만(필리핀이긴 해도 한국방송을 보려면 볼 수 있다) 텔레비전에 관심이 없다. 그 시간엔 주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차라리 잠을 자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아니면 언젠가 TV는 바보상자이고 사람들을 바보로 만든다는 어느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어릴 때 즐겨보던 프로그램들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볼 때와는 달리 재미가 없다. 

 

필리핀 방송을 보면 물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되기도 하지만 가끔 프로그램들이 정말 사람들을 바보로 만드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점은 문화 차이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할 순 없겠지만 어디서나 마찬가지이듯이 이 세상은 원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어떤 이상한 행동들도 용납이 되기 때문이다. 

필리핀 방송에서 이해가 안가는 몇 가지 중 세 가지를 꼽으라면 다음과 같다. 

 

wowwow win이란 프로그램인가가 있는데 거기선 사회자가 막 현금을 사람들에게 쥐어준다. 그리고 사람들은 마치 거지처럼 달라고 손을 내밀고 또 힙합 호레 이인가 하는 게임에서 위너가 되기 위해서 사회자에게 열성을 다해서 합합호레이를 외친다. 한국인의 시점이라기 보단 나의 시점에선 방송에서 보여주기엔 그리고 그 시간대에는 황금시간대인데 아이들이 보기에도 야한 옷차림의 여성들이 나와서 스트립댄스 바에서나 보여줄 만한 춤을 매일 추며 등장하는 것도 좀 거슬린다. 물론 그런 방송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 프로그램이 인기 시간대에 편성이 되어 있고 나같이 보기 싫은 사람은 안 보면 그만이다. 

 

 

두 번째는 뉴스. 뉴스 시간인데 이상하게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많이 보여준다. 아마 한국처럼 연예뉴스와 시사 뉴스를 따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없는지 뉴스 시간대에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보여주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혀 관심도 없는 그 사람들의 일상을 봐야 하는지 왜 뉴스에서 보여주는지. 아마도 필리핀 사람들은 연예인들의 생활에 관심이 많아서 그 사람들을 시사뉴스 시청에 끌어 오기 위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는 생각 없이 봤었는데 머리가 커진 건지 나름 분석이 가능해졌다 ^^

 

 

세 번째는 가수. 이곳에서 산지도 어언 10년 세월. 하지만 결혼 전에는 필리핀 프로그램을 볼 이유도 없고 볼 기회도 없었지만 결혼 후 가끔씩 보게 되었는데 이게 이제 3년 정도 되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필리핀에는 가수가 모호하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많은데 누가 자기 노래를 부르는지를 모르겠다. 한국 같은 경우에는 그냥 나의 기준이라고 하겠다. 가수라고 하면 일단 노래를 잘 부르는 건 기본이고 오히려 노래를 잘 부른다 기보단 가수라고 하면 자신을 대표하는 노래가 한곡 정도는 있어야 가수라고 보는 것 같은데 이곳에는 노래를 잘 부르긴 하는데 어떤 프로그램에서든지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팝송도 가끔 부르고. 한국 같은 경우에는 가수들이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부르는 건 자기의 콘서트에서나 연말에 팬서비스 차원에서 부르는 것 같은데 이곳에는 거의 모든 가수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아니 자기만의 노래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매년 가수를 뽑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 같은데 아마 미국에서 시작해서 한국에서도 세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여러 명의 지원자가 하나둘씩 탈락하고 최종 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에서 매년 가수가 선발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자기 곡을 받아서 가수가 되기 보단 다른 가수들과 마찬가지로 다른 유명한 사람들의 노래를 잘 부른다. 물론 그 사람들이 가수가 아닌 것은 아니다 가수란 Singer. 노래하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 사람들은 정말 노래를 잘 부른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수라고 하면 당연히 한시기를 풍미했던 오히려 그 가수의 이름은 몰라도 그 리듬이나 노래만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그래서 그 노래의 반주만 딱 나오면 저절로 노래를 흥얼이거나 떼창으로 따라 부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그런 류의 가수들이 다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다. 90년대에는 노래 실력이라기보단 한국 대중가요가 엄청 수요가 컸던 시절이라 배우들이라고 해도 심지어 개그맨이라도 음반을 취입하고 가수가 되고 인기가수가 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물론 한국 가요 프로그램도 관심을 끊은 지가 오래되어서..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가수는 빅뱅의 거짓말이다 ^^ 그 뒤로는 여러 아이돌 가수들이 나오고 세계무대에서도 유명세를 떨치고 한국을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한다고는 하는데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없는 것 같아서 좀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 팝스타들이 세계로 알려지고 이곳에서도 많은 십대들이 한국 노래를 즐겨 찾을 정도로 한국 대중가요 시장은 오히려 전보다 커졌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한국 노래를 좋아하는 건 몰라도 이곳 필리핀에서 한국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 필리핀에서 가수라고 하기엔 자기만의 색깔을 나타내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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